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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슬로길
필경 누구는 청산도를 푸른 섬이라 적었을 것이다. 쪽빛 바다에 둘러싸인 보리밭과 유채밭, 그리고 다랑이논 펼쳐진 청산도의 풍경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안겼을 터이다. 청산도를 직접 걸어본 또 다른 누구는, 평지라고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 가난한 땅을 일러 푸른 산이라 불렀을 것이다. 청산도의 청산(靑山)이 바로 그러한 뜻이니, 이 또한 헛된 수사는 아니다. 하나 나는 청산도를 곡선의 세상이라 부를 참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신속하고 정확한 것에 매몰된 요즘, 청산도만큼 그 느려터진 곡선을 꼿꼿이 간직하고 있는 땅도 드물다. 뭍에선 진즉에 반듯한 신작로가 뚫리고 논과 밭이 바둑판 모양으로 구획 정리가 끝난 탓에, 더 이상 곡선의 땅도 곡선의 길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적 끊긴 옛 고개 위에서나 구불구불 휘어지고 비뚤배뚤 구부러진 곡선의 길을 겨우 만날 수 있을 따름이다. 자본주의는 아마도 이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직선의 디자인에서 비롯하는지 모른다. 청산도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 아니, 정겹다. 정겹다는 수사도 적어놓고 보니 무책임하다. 청산도는 여태 곡선을 버리지 못해 눈물겹다, 이렇게 적는 게 되레 어울려 보인다. 청산도는 척박하다. 온통 산이다. 그나마 평평한 땅이라면 구릉과 언덕이다. 청산도란 이름처럼 바다 위에 비쭉 솟은 푸른 산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 이 산기슭에 사람이 기대어 살고 있다. 논과 밭을 일궈 농사를 짓고, 산비탈을 깎아 길을 냈다. 오로지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청산도는 사람이 살지 말아야 할 땅이다. 그래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 문제는 어찌어찌해서 이 가난한 땅에도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건 일종의 원죄였다. 섬에서 살아보겠다고 들어 온 이상, 섬에서 살 방편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게 구들장 논이다. 화산이 터져 솟아오른 섬이니, 이 섬에서도 물을 가두기는 쉽지 않았다. 워낙 경사가 심한 땅이어서 평지를 확보하기도 버거웠다.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 했다. 물을 가둬 벼를 심어야 했다. 그래서 청산도 사람들은 산비탈을 깎아 평평하게 다진 땅 위에 돌을 쌓았다. 구들장 모양의 돌을 촘촘히 박은 다음 그 위에 흙을 얹었다. 그리고 물을 댔다. 구들장을 깔기 전보다는 확실히 물이 적게 줄었다. 구들장 논 옆에 작은 보를 만들어 수시로 물을 대줄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한 다음에야 청산도에도 무논이 생겼다. 청산도에 들어 눈만 돌리면 보이는, 층층 계단 형식의 다랑이논 대부분이 이렇게 해서 만든 것이다. 이 장관 앞에서 눈물이 맺히는 이유는, 사람의 눈물과 땀이 풍경에서 배어나기 때문이다. 청산도에선 이 구들장 논이 징글징글했는지, 구들장 논이라고 고상하게 부르지 않는다. 살구보다 맛이 없는 살구를 개살구라 부르는 것처럼, 논은 논인데 영 시원찮다 하여 개논이라 부른다. 1993년 어느 눈 맑은 영화감독이 청산도의 이 구불구불한 돌담길에 들어와 영화를 찍고 갔다. 당리 언덕 위에 난 돌담길에서 찍은 장면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세 명이 진도 아리랑을 신명나게 부르며 저고개 너머에서부터 나풀나풀 춤을 추며 걸어온다. 카메라는 꼼짝도 않고 그들이 걸어오는 장면을 묵묵히 응시한다. 5분 30초 동안의 롱테이크(Long Take). 이젠 전설이 돼버린,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는 <서편제>의 청산도 미장센이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바로 그들이 부르는 노래다. 진도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이다. 이리 휘어지고 저리 꺾이는 이 흐벅진 가락은 정확히 청산도의 곡선을 상징한다. 이러한 청산도가 2007년 12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됐다. 느림의 가치를 여태 지키고 사는 마을이라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뒤이어 완도군청과 청산면사무소가 2009년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 예산을 받아 청산도 슬로길을 조성했다. 도청항에서 시작해 서편제 촬영장을 돌고 나와 범바위까지 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다 섬 동쪽 끝에 있는 신흥 해수욕장 근처에서 길이 끝난다. 이 길 위에서는 지난해부터 유채꽃 흥건한 봄날 걷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나 굳이 길을 따라 걷지 않아도 좋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도 좋고, 완도에서부터 차를 싣고 들어와서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아니다. 그래도 이왕이면 자동차는 완도에 남겨놓는게 낫겠다. 적어도 청산도에서는 곡선의 미학을, 그 곡선이 주는 느림의 가치를 몸으로 깨닫는 게 옳을 듯 싶으니.
기본정보
해안누리길 상세

- 해안누리길 기본정보로 누리길명, 지역, 소요시간(분), 거리, 난이도, 코스경로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누리길명 청산도 슬로길
지 역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완도군
소요시간 420분
거 리 20.5㎞
난이도 매우
코스경로 도청항~서편제 촬영지~범바위 전망대~상서리 돌담길~항도
편의시설
편의시설

- 해안누리길 편의시설로서 화장실, 식수, 매점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 도청항 관광안내소, 서편제촬영지, 권덕리, 전망대, 원동리, 상서리, 동촌리, 항도입구 인근 12개소
식 수 없음
매 점 도청항, 항도 입구
교통편
교통편

- 해안누리길 교통편으로서 가는방법, 오는방법, TIP등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가는 방법 청산도 관광지 순환버스가 하루 2차례(오전 9시쯤, 오후 1시쯤) 도청항을 출발해 당리∼범바위∼신흥해수욕장∼지리 해수욕장 등을 거쳐 도청항으로 돌아온다. 도청항에서 섬 동쪽 상서리까지는 하루 8차례 여객버스가 다니고, 섬 남쪽 권덕리까지는 하루 2차례 버스가 다닌다(여객버스 문의 061-552-8747).
오는 방법 청산도 관광지 순환버스와 여객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TIP 완도군이 운영하는 청산도 슬로우길 총 11코스 중 1~7코스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서편제의 촬영장으로 유명하며, 남해안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 잘 보존되어 있다. 청산도는 섬 전체가 다도해 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완도군청은 청산도를 한 바퀴 도는 슬로길 100리 코스를 올해 안에 조성할 계획이다. 청산도 해안선 길이가 100리에 달한다.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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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누리길 여행정보는 문의처 및 여행정보 안내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문의처 완도군청 문화관광과 061) 550-5224
여행정보 안내 http://www.wando.go.kr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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